두번씩이나이거지같은섬에버려지다니이- 초보사장의 눈물겨운 현실적응기. 한 달 한 편 작성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 난 광야에 나왔다. 광야의 무법자가 되리라 기세좋게 외쳐댔지만 7년의 경력은 뒹굴거리며 날아다니는 먼지가 된 지 오래. 프리랜서/프리워커로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복잡한 셈법과 새롭게 탄생한 정책언어들은 더럽게 감수성이 맞지 않다.
'나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이 뉴스레터를 받는 지금, 마침내 2025년까지 D-31라는 의미겠지요.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위에 별 탈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의 11월은 굉장히 숨가뻤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저의 안부를 물을 때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니 dog재밌다!”라고 말하고 다녔더니, 유튜브뮤직이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재생목록에 쏙 넣어 빵 터진 것과 같은 나날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걸음을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고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 배사장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지주의 사업리뷰] 百水調我(1) 대평메모리
지극히 주관적인 배사장의 종료사업 뜯어보기(주관성 100%). 오늘은 이번달에 진행한 '대평메모리'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소개드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참여자들에게 최대한 저의 의도를 잘 전달하고 싶어 외부 비공개로 운영 중인데 용역이나 지원사업이 아닌 제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기획/진행한 파동통통의 첫 자체사업인지라 기획의도와 준비한 과정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드릴까 합니다. 지난 호 [프리랜서의 덕목]에서 ‘다양한 기질들이 배제되지 않는’이라는 키워드를 잠시 언급했었는데요. 제가 파동통통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다정함이 담긴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합쳐 탄생한 프로그램 ‘백수조아’ 중 첫 번째 프로그램 대평메모리를 소개드립니다.
프로그램 개요
진행기간 : 2024.05~2024.11
목적 : 누군가들이 치열하게 시간을 보낸 공간에서의 기억을 정리하고,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용 : 더킷리스트로 에피소드 수집 미션 진행
나홀로 분석1. 기획배경
처음 시작은 그랬습니다. 올해 9월 어느 날, 몇 개월동안 연속해서 진행했던 행사의 마지막 날. 그리고 그날은 5년동안 열심히 활동한 지원기관이 최종 종결이 결정나 구성원들에게 전해진 날이었습니다. 모두들 아무렇지 않아하는 노력했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먼저 겪어본 사람에겐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릅니다. 저는 중도하차였고 이곳은 졸업입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지역의 또래동료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마무리를 도와주고, 새로운 시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홀로 분석2. 기획의도
이런 고민을 직전 뉴스레터에서 소개드린 ‘더킷리스트’ 프로젝트의 그루, 프랭코님이랑 나눴어요. 두 분 다 흔쾌히 더킷리스트를 활용해서 에피소드를 담는 것에 동의해주었고 그렇게 콘텐츠 기획을 한 달간 진행했답니다. 특히 그루님이랑 소통하며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했고 전해지는 언어에 대해 둘이서 많이 고민했어요. 먼저 마무리나 안녕과 같은 종결의 언어는 최대한 지양했어요. 또 너무 저희의 의도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길 원해서 그루왈 “이거 더킷리스트를 탄생시켜줘서 고맙잖아?”, “연말에 할 거도 없는데 감사나 받으실랑가~?”이 정말 와닿고 재밌어서 그 멘트를 신청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나홀로 분석3. 준비과정
운영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사진을 찍는 어플리케이션에 촬영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타이핑하는 기능까지 통합할지 아니면 분리할지.. 그런데 아시잖아요. 글씨로 쓰는 감성과 스마트폰 좌판을 쓰는 감각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추억을 환기하는 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손글씨+그림만큼 적절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진행하는 장소도 중요했어요. 참여자들에겐 약 3일간 비대면 자율참여(사진촬영)로 진행했고(이또한 개별로 여유로운 시간이 다른 사람들마다 집중하는 시간을 달리할 수 있도록), 마지막 날 운영진과 소통할 때는 기존 익숙한 장소에서 가깝지만 벗어난 느낌을 주고 싶었고, 다른 향과 차(tea)로써 참여자들을 새로운 장소로 초대하는 감각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저에게 다정함을 전해줬던 분들에게 잘 돌려드렸길 바라며 이 항목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쓴 기획의도. 나의 응원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
[사장의 통장관리] 사장의 연말정산
엥? 연말정산? 프리랜서도 연말정산을 하나요? 라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 기타소득으로 한 해를 보내신 분들은 내년 5월 종합소득세로 우리의 연말정산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연말정산’이란 단어를 쓴 것은 12월 말에 파동통통의 2024년 정산을 나름 해보려고 합니다. ...애써 외면한 현실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득해져 오네요. 정산하고 미련없이 월간배사장-이때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 안되길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농) 물론 이때까지 수익을 하나도 관리하지 않거나 마구마구 쓴 것은 아닙니다. 시작할 때 목표치와 나름 엑셀 장부를 만들어 시간이 될 때마다 들여다 봤습니다만....뭐 말은 그렇습니다만 다음 뉴스레터엔 이 연말정산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구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Winter is coming...(비수기인 상반기가 다가옵니다.)
[프리랜서의 덕목] N년째 무한의 굴레 중인 이 직업
최근 수업을 들으며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대 때부터 지겹도록 들은 담론과 아젠다를 이곳에선 사용하질 않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때까지의 경로에서 쪼끔 벗어난 공부를 새로 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다른 학문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게 하고는 있지만 나의 부족함에 많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몸 담고 있는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정체성에 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친한 지인과 속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다. 질문지를 받았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문화를 기획할 수가 있나? 대체 어떤 문화를 우리는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직업정체성을 물을 때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조금은 답답하여 해외사례를 찾아보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의 매니저(PM)이나 감독(Director)로 우리의 직무를 설명하는 듯 했다. 구글검색에는 cultural planner 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미국 구글로 해당 검색어를 넣으면 도시계획 중 문화향유시설의 계획서와 같은 urban 쪽이거나 행사달력(...)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이는 적절한 접근은 아닌 것 같았다.
인터뷰에서 그간 쌓아온 고민의 지층을 많이 꺼내었다. 돌이켜보니 자조적인 내용이었다. 이러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이러이러한 결과가 되었고 나는 이러이러하고 싶다. 라는 내용으로 내가 열변을 토했던 것 같다. 고민을 꺼내놓을 때는 드디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기뻐했는데 지나고 나니 속시원함보다 공허함이 나를 덮쳤다. 누군들 자신의 직업이나 가고자 하는 길을 정의하지 않고 싶을까-다만 정말 복합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감히 손대지 못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태계에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전을 더 명확히 물을 것이고, 정의를 물을 것이다. 그때마저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건 과연 건강한 생태계일까. 그리고 나는 그러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고 내가 걸어온 길로 증명할 수 있을까.
다른 이야기로 요즘은 이 일을 하면서 얻는 기쁨과 동시에 다른 쪽에서의 실망도 있어 굉장히 복잡한 상태다. 프리랜서의 길이 그러한 것 같다. 즐거우면서 괴롭다. 계속 프리랜서의 덕목에 적었던 것처럼 내가 단단해져야 하는데-생각보다 공부도 재밌어 다시 말랑해져버린다. 내가 이렇게 수용성이 강한 사람이었나. 또 내년의 불확실함이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진 선명한 길(공부)을 걷고 싶도록 한다. 이 직업의 장점이 계속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는데 올해는 그 과정이 조금 버겨웠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선택을 내릴 것 같다. 계속해서 이 무한의 굴레를 굴려갈 것인가, 이제 굴레에서 내려와 볼 것인가. 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