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씩이나이거지같은섬에버려지다니이- 초보사장의 눈물겨운 현실적응기. 한 달 한 편 작성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 난 광야에 나왔다. 황량하기가 그지없다. 광야의 무법자가 되리라 기세좋게 외쳐댔지만 7년의 경력은 뒹굴거리며 날아다니는 먼지가 된 지 오래. 프리랜서/프리워커로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복잡한 셈법과 새롭게 탄생한 정책언어들은 더럽게 감수성이 맞지 않다.
'나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은 4개월, 발급은 1시간
먼저, 사업자를 내고 나니 정말 후련하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공모사업 나를 탈락시킨 부산X제진흥원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
난 사업자등록증을 집에서+홈텍스 사이트를 통해 신청했다. 세상에 이렇게 간편하고 쉽게 사장이 될 수 있다니‼️세상에 사장되기가 제일 쉬웠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사업자등록하기 영상>과 함께라면 10분 안짝으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영상이 정말로 많다. 정말 창업붐인가보다.) 꼼꼼히 내용을 재검토하고 신청하기 클릭. 두근대는 내 마음. 두구두구두구..
신청 : 14:00 / 발급완료 : 14:25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감흥없이발급완료 문자를 받았다. 꽤 오래걸렸던 각오에 비해 짧다면 짧은 시간에 ㅇㅋ해보셈~하고 나온 사업자등록증에 당황함도 잠시, 허망함에 마구 웃었다. 왜 주위에서 다들 그냥 하면된다고 한건지 뭔가 납득되는 순간. 그래도 가까운 친구와 동료들에겐 먼저 장난스레 말했다.
"이제 배사장이라 불러달라구😉"
✍️ 고민의 시간 끄적
취직이 아닌 창업을 고민한 건 지난해 12월부터 다니던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부터다. 민간에서 4년반, 공공에서 2년반. 얻어가는 것이 분명 많았던 시간들이지만 알 수 없는 갈증과 상처들이 누적됐던 것 같다. 그리고 정형화된 나의 모습을 깨트리려면 홀로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이때까지 내가 걸어왔던 선택과는 창업을 택하게 됐다.
사업자명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했다. 꽂힌 단어가 있었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아..미래쒸 실망인데요..재밌게 할 줄~' 라는 말에 킹받아서(정말 나를 잘 아는 분들..) 의태어와 발음으로 장난쳐본 것이 어!?이거다!!!!!! 하여 누가 뭐라하든 밀어부쳤다. 혹 사업자명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부끄럽더라도 많이 내뱉으시길-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게 제일 오래걸렸다. 최소 3개월은 걸린 것 같다. 처음엔 정말 하고싶은 걸 이것저것 조합, PPT에 정리해서 우리집에 놀러온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했다. 그 후 돌아오는 그 싸늘한 반응은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다. 마냥 하고 싶은 걸 마구잡이로 하는 게 아니라 체계성있게 비전으로 제시해야 설득이 가능하구나 그리고 내 동료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겠다 싶어 스스로 피드백 지옥에 갇혔다. CHAT GTP와 같은 업계 동료들, 다른 업계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걸 설명하고 돌아오는 비수같은 피드백에 만싱창이가 됐지만 이런 경험또한 자산이 아니겠냐는 정신승리로 버티고 수정작업을 거쳤다. 다들 그렇게 버텨온 사람들이라 정말 값진 피드백이었고 내가 놓쳤던 질문들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질문과 브랜딩+계획 관련 페이퍼가 a4로 15장은 넘는 것 같다. 이것도 완성형이 아니고 올해내도록 계속 만들어나갈 것 같다.
📬 내가 받았던 질문들(aka.시작하는 사람들이 답하면 좋을 질문들)
Q1.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Q2. 관통하는 주제가 부족. 이것저것 다하는 그저그런 업체. 누구를 타깃해볼 건지
Q3. 잡은 시장의 한계. 다른 지역, 분야 등 리서치를 많이 해봤으면 함
Q4. 왜 이런 조직을 정의하게 됐는지, 기존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지점은?
Q5. 자립/자기생존의 전략을 짜본다면?
그 외 시장성이나 브랜딩에 관해 진지하게 들어주고 피드백주고 질문을 던져준 나의 동료들에게 땡스투 💌
"(현실은 이런데)창업하실 거에요?"
사업자를 내고 이것저것 공부하는 도중, 어떤 센터에서 하는 3시간이 넘는 창업세무교육을 신청하여 들으러갔다. 강의자료가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강사는 "..창업하실거에요?" 수강자들에게 되물었다. 조소라기 보단 진심의 우려가 섞인 말, 그만큼 힘든 일이니 공부 많이 하고 브랜딩 개발에 힘쓰라는 말이었다.
창업의 과정은 우당탕탕 그 자체. 뭔 놈의 협업툴과 플랫폼은 이다지도 많고(애석하게도 내가 원하는 기능을 다 가진 플랫폼은 없었다. 다 쪼개져있다. 어떻게 이렇지?!), 초기자본금은 대체 얼마를 들고해야 할만하고, 세무와 경영, 부가세와 자금의 관리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 물론 브랜딩과 콘텐츠는 별개의 업무다 찡긋-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동료들이랑 다양한 공모서류를 썼다. 대표적인 게 소상공인진흥공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인데 탈락했지만 공모서류를 적은 것에 후횐없다. 기획자든 연구자든 가치지향적인 업무의 관점을 많이 깰 수 있었다. 비즈니스 전략이나 실제 지속가능성을 위해 손익분기를 검토를 한다던가 덕분에 나는 상업성이 정말 없군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된 거 천천히 가지 뭐. 이것도 초보프리랜서/워커의 고충기로 브랜딩화한다..! 👊 축적시키다보면 생태계와 나중의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겄지.
마지막으로 강사는 "제가 이 일한지 거의 20년차인데, 5년후면 사장님 10명 중 3명이 채 안남더라구요." 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딱 직감이 왔다 'X됐군..' 그렇다 나는 그렇게 됐다. 만나는 선배들마다 전망도 좋지 않아 타분야까지 진출하거나 시장을 넓히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충고해줬다.(혹은 빠르게 탈주하라고) 그럼에도 나는 뛰어드는 걸 선택했다. 그래 간지있게 살다가 간지있게 사라지리라!!! 내 앞에 헤쳐나가야할 길이 무엇일까
먼저 축하합니다🎉 인터넷으로 신청했다면 근처 세무소에 가서 사업자등록증 원본을 받자.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지만 나라도 축하세레모니식을 가지도록 하자.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사업장주소로 등록한 곳 근처에 있는 은행을 방문하자. 사업자용 계좌와 카드, 공인인증서와 전자세금계산서(필요시), 인터넷 뱅킹 등 하러 왔다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행해주신다. *은행, 지점마다 구비서류가 다르니 알아보고 준비하고 방문하자.(참고로 첫번째 방문한 은행에서 간판사진 찍어오라해서 굉장히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3시간이 부족했던 창업자세무교육
광탈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어쨌든 즐거웠다^^
사무실..구해야할까?
시작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고민 중 제일 가는 고민은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이 아닐까? 집에 잔여공간이 있어도 일반적으로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은 나눠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듯 나또한 엄청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ing) 사실 난 집에서 집중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게임을 하고 싶거나 침대에 눕고싶은 욕망이 들이닥치는 건 막을 수 없긴 하더라. 또 이제 조금씩 짐이 늘어갈 시점이라 동선 중에 있는 공유오피스를 가볼까 하고 알아보니 꽤 까리한 곳들은 월이용료가 어마무시하고, 공공에서 보급하는 곳들은 커트라인이 너무 높거나 시기가 맞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이곳저곳 기웃대고 있다. 스타벅스도 내 사무실이고 도서관도 내 사무실이다. 비록 무거운 노트북을 이고지고 다녀야하지만 공간에 잘 질려하는 스타일이긴 해서 공간의 변화를 주는 게 지금으로선 잘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시너지를 주고받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해서 계속해서 어디에 둥지를 틀면 좋을지 알아볼 참이다.
좋은 공간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배사장이 갑니다🚗
현타 어서오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시작의 달인만큼 수익은 없다. 아마 몇개월동안은 수익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의 앞가림에 막막해질 즈음에 같이 놀기로 했던 친구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떠나거나 진짜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특히 내가 있는 업계는 시장이 워낙 좁아서 동료들이 여기아니면 저기로 갔다는 취직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어디서든지 잘해내리라 믿어의심치 않을 만큼 훌룡한 사람들이다.
응, 그렇다. 내가 문제다. 젠장. 1년 후 뭐하고 있을지 감히 상상이 안된다. 그러기에 프리랜서/프리워커는 멘탈관리가 필수. 무덤덤한 편임에도 불안감은 나를 삼켜 일주일정도 엄청 우울했었다. 극복같은 건 없고 그냥 그런 시기인갑다+이때아니면 언제해보노 되내이며 그 시기를 흘러보냈다. 아마 또 불규칙적으로 엄습해오겠지. 그럴때마다 감정을 흐트릴 수 있도록 걷거나 새로운 곳에 다녀오거나 해보려고 한다. 다들 어떻게 멘탈관리들을 하시는지?
그리고 나는 운이 좋게도 불안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곁에 있었고 함께 한 발화를 통해 내가 밟아온 과정과 나의 각오를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나를 호명해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넌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야' 라는 피드백을 예전에 받은 적이 있다. 어떤 마음에 저런 말들을 내게 건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못하긴 커녕 어쨌든 사장됐지롱-메롱-